[곱씹어 보는 고전]
모 방송사에서 ‘세상에 이런 일이’라는 제목으로 프로그램을 방영하고 있다.
이 프로그램에는 평범한 일상적인 상황에서는 벌어질 수 없는 사건이나 일화를 다루고 있는데, 조선시대 선비가 이것을 보았다면 분명 인간 이성으로는 판단할 수 없는 세계라고 하며 이를 물리쳤을 것이다.
그러나 조선시대에도 인간 이성으로는 판단할 수 없는 이야기가 많았으며 그것을 기록하고 싶어 하는 지식인도 있었다.
김시습이 쓴 『금오신화(金鰲新話)』와 임방이 지은 『천예록(天倪錄)』 등이 대표적이고, 고려시대 일연이 지은 『삼국유사(三國遺事)』에서도 초자연적인 사건이나 일화를 쉽게 찾을 수 있다.
『논어(論語)』에 “공자께서는 괴력난신(怪力亂神)에 대해서는 말씀하지 않았다.(子不語怪力亂神)”라고 기록하고 있는데, 이에 대해 주자(朱子)는 괴(怪)는 본 모양과 달라서 정상적인 것이 아니고, 력(力)은 올바르지 못하게 힘을 쓰는 일이며, 난(亂)은 도리를 어그러뜨리는 일이고, 신(神)은 바르지 않은 것이라 말할 수 없지만 그렇다고 그것을 궁구해서 이치를 알아낼 수 있는 대상도 아니라고 풀이하였다.
괴(怪)는 정상적인 것에서 벗어나 본 모습을 잃어버린 것이니, 인간이 지니고 있는 선(善)한 본성을 잃어버린 비이성적 인간이 여기에 해당된다.
력(力)은 상대보다 강한 힘을 잘못된 곳에 쓰는 일이니, 약자에게 행해지는 모든 폭력이 여기에 해당된다.
난(亂)은 옳지 못한 방법으로 정상적인 일을 어그러뜨리는 것이니, 사리사욕(私利私慾)에 눈멀어 자행되는 비리(非理)가 여기에 해당된다.
신(神)은 인간이 생각할 수 있는 영역 밖에 있기 때문에 그것에 대해 인간 이성으로는 합리적으로 설명할 수 없으며, 그 이치를 궁구한다고 하여도 결론에 도달할 수 있는 대상도 아니다.
또한 이는 신(神:귀신)을 부정한 것이 아니고 인간이 쉽게 접근할 영역이 아님을 말한 것이다.
공자께서 이 괴력난신(怪力亂神)에 대해 말씀하지 않았으니, 하늘이 부여한 착한 본성에 어긋나거나 이러한 본성에서 벗어난 사항에 대해서는 말씀하지 않겠다는 원칙 때문이다.
우리 사회는 지금 근거가 없거나 이성적으로 판단할 수 없는 사건이나 사고에 대해서, 신뢰할 수 없는 정보를 무차별적이고 무한정 쏟아내고 있다. 그것을 거를 수 있는 거름망조차 없다는 점에서 그 심각성이 더하다.
이 괴력난신(怪力亂神)에 대해 원칙을 가지고 임했던 공자를 보면서, 무한 의심과 부정으로 뒤엉켜버린 우리 사회를 되돌아보아야 함을 절실하게 느낀다.
출처:© 강원도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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