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비형국' 명당으로 유명… 걸출한 인재 숱하게 배출  
조선후기 대표적 서화가 소남 작품 소중한 문화유산

지금은 동해항 개항으로 지역경제 선도해 나가는 중


바닷가 농촌마을이던 동해시 송정동은 동해항 개항과 송정 일반산업단지 조성 등에 따라 동해시 경제를 선도해나가는 지역으로 변모중이다.

삼봉산(三峰山)을 진산(鎭山), 근산(近山)을 안산(案山)으로 삼고있는 송정동은 석곽군(石槨群) 등 유적으로 보아 3,000여년전부터 사람들이 살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2005년3월 강원도기념물 제84호로 지정된 송정동 철기시대 유적지 1만4,125㎡ 일대는 고대국가였던 실직국(悉直國)의 근거지였을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 현재까지 송정동 철기시대 유적지에선 철기시대 집터 58기와 고인돌 1기 마제석검 등이 다수 출토돼 실직국중에서도 지배계층 사람들의 집단 주거지로 추정되고있다. 이에 따라 시는 2005년에서 올해까지 40억원을 들여 송정동 철기시대 유적을 보존, 관광객 등에게 2,000여년전 바닷가 주거 지역의 면모를 엿보게 해주기로 했다.

강원남부 지역을 장악, 경상북도 안강 지역의 음즙벌국(音汁伐國) 등과 영토 분쟁을 벌이기도했던 실직국은 AD 102년 신라에 멸망, 사라졌다.

이동호(43) 송정동 주민자치 위원장은 “송정동 등지 실직국은 신라에 대항, 맞서 싸울 정도로 강력한 힘을 과시했던 것으로 알려져 후손들에게 자긍심을 안겨주고 있다”고 했다.

이처럼 유서깊은 마을인 송정동은 솔난데(松生處)-솔밭마을(松田村)-송라정(松羅汀)-송라정(松羅亭)-송라정(松蘿亭)-송정리(松亭里)-송정동(松亭洞) 등으로 개칭돼 왔다. 송림이 울창, 소나무(松)가 아름다운(羅) 마을이라는 뜻을 지니고 있는 송정동은 삼척 김씨 강릉 김씨 남양 홍씨 등이 집성촌을 이루며 살아왔다.

최정태(65) 송정동 바르게살기 협의회장은 “동해 바다를 끼고 있는 송정동은 풍광이 뛰어난데다 인심도 좋아 예로부터 누구나 살고 싶어하는 동네였다”고 했다.

이들 주민은 두타산(頭陀山)에서 발원된 전천(箭川)과 동해 바다가 만나는 지점 일대의 기름지고도 드넓은 밭을 경작해가며 성실한 삶을 꾸려왔다.

학이 날개를 활짝 펼치고 날아가는 듯한 모습인 학비형국(鶴飛形局)의 명당으로 알려진 송정동 사람들은 공부에도 열중, 걸출한 인재들이 숱하게 배출돼 왔다.


특히 조선 후기의 대표적 서화가였던 소남(少南) 이희수(李喜秀·1836~1909년)로부터 이어지는 송정동의 서예 맥은 향토의 문향(文鄕)적 위상을 드높였다.


소남은 추사(秋史) 김정희(正喜)와 함께 쌍벽을 이루던 눌인(訥人) 조광진(曺光振)에게서 사사했으며 전서와 예서 해서 행서 등에 뛰어난 실력을 발휘했었다. 경주 사람으로 만년의 20여년을 송정동에서 보냈던 소남은 삼척시 정라동의 진동루(鎭東樓) 서액과 동해시 송정동의 애연정(愛然亭) 편액 등 작품을 남겼다.


고종(高宗)때 필명(筆名)이 높았던 해강(海岡) 김규진(圭鎭·1868~1933년)과 만재(晩齋) 홍락섭(洪燮·1874~1918년) 등은 소남의 수제자들로 꼽힌다.


소남의 필맥(筆脈)은 그의 사후에도 계남(桂南) 심지황(沈之潢·1889~1964년) 석재(石齋) 최중희(崔中熙·1896~1990년) 등으로 100여년간 이어져 왔다.


최준덕(76) 송정동 노인회장은 “소남과 그의 제자들이 무릉계 등지에 남긴 서예 작품들은 언제 보아도 가슴이 뿌듯해지는 향토의 소중한 문화유산”이라고 했다.


김태호(41)씨는 “송정동은 물론 강원남부 지역 일대에 폭넓게 산재, 전해져오고있는 소남 등의 작품들은 후학들의 면학 의지를 뜨겁게 달궈주고 있다”고 했다.


이같은 숭문(崇文) 전통은 근래에 들어서까지도 탄탄하게 명맥을 유지, 지역내의 송정초등학교 등 학교는 출중한 인재들을 다수 배출시켜 주목받고 있다.

송정동은 1979년 국제무역항인 동해항이 개항되면서부터 급변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동해역과 7호선 38호선 42호선 국도 등 육로에다 동해항을 이용한 해로까지 열리게 되자 송정동의 물류기지적 잠재력은 폭발적으로 커지고있다.

동해항은 지난해를 기준, 시멘트와 유연탄 석회석 등 화물을 연간 2,300만톤 가량 수송하며 지역 경제에 활기를 불어넣어 주고있다. 항만 하역 능력이 도내에선 가장 큰 국제무역항인 동해항엔 지난해 1월 장금상선의 컨테이너 전용선, 지난 6월엔 DBS 크루즈 훼리의 국제 여객선이 취항했다.DBS 크루즈 훼리의 국제 여객선인 이스턴 드림호는 동해항~일본 사카이 미나토항~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항 등지를 잇는 항로를 운항, 해상 실크로드를 열어 나가고 있다. 여객 정원이 458명인 이스턴 드림호의 항로별 운항시간은 240마일 거리인 사카이 미나토항까지가 12시간, 362마일 거리인 블라디 보스토크항까지가 18시간이다. 1만4,000톤급 여객선으로 컨테이너 130개와 자동차 60대 등까지 동시 수송할 수 있는 이스턴 드림호는 매주 사카이 미나토항으로 2회 블라디 보스토크항으로 1회 운항된다.

동해항엔 그간 14차례에 걸쳐 국제 여객선 취항이 시도됐지만 해운사의 적정 선박 확보 실패 등의 이유로 모두 무산됐다.

최인원(63)씨는 “DBS 크루즈 훼리의 동해항 국제 여객선 취항은 주민들의 오랜 숙원을 풀어준 쾌거”라며 성공 운항을 기원했다.

항만 개항후 30년만에 취항된 이스턴 드림호는 한국은 물론 일본 등지 관광객 등으로부터 폭넓게 호평받고 있어 장밋빛 미래가 점쳐지고 있다.김옥자(46)씨는 “이스턴 드림호의 한~일~러간 국제 항로가 성공리에 개척되면 지역의 환동해 중심도시적 위상은 눈에 띄게 높아질 것”이라고 했다.

이스턴 드림호를 통해 외국인 관광객들의 발걸음이 줄을 잇게 되자 시는 지역내 도로 표지판과 관광 안내판 등 230여점에 일본어와 러시아어를 병기했다.

외국어 도로 표지판 등은 이스턴 드림호 승객들이 무릉계와 추암해수욕장 망상해수욕장 등 관광명소를 연계 관광하는데 촉매제가 될 것으로 보여지고있다.

최송숙(44)씨는 “지역내 도로 표지판과 관광 안내판들이 한글에다 일본어 러시아어 등으로까지 병기돼 국제도시다운 분위기가 한층 더 무르익어 가고 있다”고 했다.

이와함께 동해항옆 송정 일반산업단지엔 오는 9월중 세계 최대 규모의 해저 케이블 생산 회사인 LS전선 공장이 문을 열게돼 매머드급의 지역 경제 부양 효과가 점쳐지고 있다.

지난해 11월 5,000여억원에 입찰됐던 한국전력의 진도~제주간 전선사업에 응찰, 시공사로 선정됐던 LS전선은 주민 700여명을 고용하는 등 지역 경제에 기여할 전망이다.

홍성남(63) 송정동 통장협의회장은 “이스턴 드림호와 LS전선 등 여객선과 산업체들이 건전하게 경영돼 지역의 정주기반을 반석위에 올려놓아주기를 바란다”고 했다.

하지만 송정동은 동해항의 화물 수송량이 해마다 늘어나는 등에 비례, 항만 일대 공해가 심해지는 등 부정적인 면도 날이 갈수록 커지고 있어 걱정이다.

동해항 일대에선 유연탄 등 화물 수송 트럭들이 운행될 때마다 분진과 소음 공해 등이 발생, 민원을 사고있으며 항내 바닷물도 중금속 등에 오염되고 있다.

2006년 N 연구소의 측정시 동해항 바닷물의 카드뮴과 구리 크롬 납 아연 등 중금속 오염치는 전국 평균치를 최고 20배까지 초과했었다.

김형록(49) 송정동 자율방범대장은 “지역의 땅과 공기 물 등이 급속 오염되고 있는 만큼 야간 방범 활동 보다는 주간 청정 환경 지키기에 더 치중해야될 형편”이라고 했다.

김복기(64)씨는 “동해항의 중금속 오염 등 공해는 주민들의 건강 생활을 위협할 뿐더러 지역의 관광도시적 면모마저 해치고있다”며 개선책을 호소했다.

삶의 터전이 동해항과 송정 일반산업단지로 대거 편입된데다 이처럼 각종 공해까지 가세되자 1980년 시개청시 1만3,000여명이던 송정동의 인구는 현재 4,700여명으로 줄었다.

장석주(62) 송정동 새마을 협의회장은 “동해항 등 지역 경제에 호재로 비쳐졌던 시설들이 오히려 주민들을 밖으로 내쫓는 결과를 빚어내고있다”고 안타까워했다.

신정금(51) 송정동 새마을 부녀회장은 “송정동은 동해항 가동에 따른 분진과 소음 공해 등만 해소되면 예전처럼 또 다시 오순도순 살 수 있는 동네가 될 것”이라고 했다.

더욱이 동해지방 해양항만청은 올해 연간 수송량이 500만톤 가량이 될 현대제철의 석회석 화물을 유치하며 동해항내 청사를 천곡동으로 이전키로 해 집단 민원을 사고있다.

송정동 번영회는 대형 공해 화물이 유치되는데 이어 동해지방 해양항만청 청사까지 이전되면 도시 공동화 현상이 빚어질 것이라며 적극 반대하고있다.

박차균 송정동 번영회장은 “동해지방 해양항만청과 LS전선 등은 각종 공해를 최대한 줄이는 한편 다수 일자리를 제공, 주민들의 생존기반을 재건시켜줘야 할 것”이라고 했다.

출처:강원일보 장성일기자 sijang@kwnews.co.kr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