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개 펼친 봉황을 꼭 닮아 ‘봉정마을’이라네”
“봉정마을 춤은 전국 유명세 좀 타
전주최씨·강릉김씨 살던 선비고장
봉정팔경 詩 한수 읊어줄까나…”
동해시 북평동 24통 봉정마을은 단봉동에서 제일 큰 마을로 하늘에서 내려다보면 그 마을 형세가 봉황새처럼 생겼고 나무숲이 우거져 정자처럼 보인다 하여 예로부터 마을 이름이 봉정(鳳亭)이라 불렸다.
국도 7호선과 38호선에 인접, 교통이 편리한 봉정마을은 평야지대여서 벼농사를 주로 하고 있으며 전통 메주 생산으로 주민들끼리 화합해가며 마을발전 기금도 조성하는 등 성과를 거두고있다.
봉정마을은 북평동 내에서도 낙후 마을로 손꼽혔었지만 2005년 최지열씨(66)가 통장으로 취임한 후 마을 주민이 혼연 일체가 돼 잘사는 마을을 가꿔가고 있다.
2006년부터 강원도에서 추진하는 새농어촌 건설운동에 적극 동참, 정신개혁과 소득증대 마을 환경개선 등을 위한 활발한 활동을 펼쳐나가고 있다. 지난해엔 동해시 농업기술센터에서 추진하는 농촌건강장수마을로 선정돼 사업비 1억5,000만원으로 마을회관을 정비하고 체육시설 및 벤치 등을 갖춘 소공원과 산책로를 개설했다.
건강하고 활기찬 생활을 영위할 수 있도록 학 소 봉황 도리깨 바구니 호미 등의 소재를 이용한 특색 있는 봉정 마을 춤을 개발해 냈다.
봉정 마을춤은 지난해 10월 강원도 농업기술원에서 열린 제17회 농촌생활 지원사업 실적 발표회에서 영예의 대상을 수상했다.
특히 도 대표로 11월 농촌진흥청에서 개최된 농촌장수문화 실천대회에서도 최우수상을 수상하는 쾌거를 일궈내기도 했다.
올해는 시에서 추진하는 정부지원 사업인 디지털 공부방 설치 사업과 참 살기 좋은 마을 가꾸기 사업자로 선정돼 활기 넘치는 마을로 부상하고 있다.
봉정마을이 고향인 최옥난(85)씨는 “근래들어 주민들끼리 똘똘 뭉쳐 웃음 소리가 그치지 않는 마을로 변해 무척 기분이 좋다”며 흐뭇해 했다.
>> 과거-운치와 풍류가 흐르던 선비의 고장
삼척군 견박면에 속해 있던 봉정마을은 1914년 봉정과 옹기점 단실을 합쳐 단봉리라 해 북삼면에 편입됐다.
단봉은 단실의 한자 지명 단곡(丹谷)과 봉정(鳳亭)의 앞 자를 따서 붙인 이름이다.
봉정은 처음에는 옹기점과 한 마을로서 옹기정(壅器亭)이라 했으나 상촌(上村)에 전주 최씨가 이주해와 봉구정(鳳邱亭)이라 했고 하촌(下村)에 강릉 김씨가 와서 살면서 봉미정(鳳尾亭)이라 하던 것을 1910년경에 봉구정과 봉미정을 합해 봉정이라 했다고 전한다.
이들 마을 이름은 모두 마을의 형세가 봉황새처럼 생겼다는 데에서 유래한 것이다.
1980년 4월 1일 동해시가 개청될 당시 대구리와 봉정에서 각각 첫 음절을 따서 이 일대를 대봉동(大鳳洞)이라 했다.
마을 동쪽은 구미동과 대구동 및 호현동 서쪽는 지가동 북쪽은 북평동 남쪽은 삼척시 미로면에 접해 있다.
동서간의 거리는 3.6km, 남북 역시 3.6km이다. 서쪽에는 홰곡산과 한재가 있고 동쪽에는 작취산(까차불)이 있다.
도로는 1970년에 개통된 묵호 삼척간의 산업도로가 마을을 지나가고 있으며 최근에 38번 도로가 마을을 남북으로 관통, 개설돼 삼척시 중심가를 지나지 않고 동해시에서 태백시로 가는 길목 역할을 하고 있다. 철도는 삼척선이 마을의 북쪽을 통과하고 있다. 300여년 전에 염총섭 대사가 강릉 김씨 김진사(金進士, 김세민을 가리킴) 집을 보고 ‘당신 집 앞에 쇠꼽말(鐵馬)이 다니면 옮겨라’는 말을 하였다고 하는데 예부터 이미 철길이 이 마을을 지나갈 것이 예견된 것으로 이야기되곤 한다.
가구수는 1759년 50가구 149명, 1916년 102가구 550명, 1962년 180가구 962명, 1980년 241가구 1,257명, 2008년 8월 현재 130가구 332명이다. 일제강점기 때 마을 입구 동쪽 높은 곳에 금란정을 지었다가 6.25후 무릉계로 옮겼다.
강릉 김씨 진사댁에서 지은 휘정(輝亭)도 이 마을에 보존되고 있다.
예로부터 운치와 풍류가 넘쳐 온 마을에는 지은이를 알 수 없는 봉정 팔경 시 한수가 전해지고 있다.
봉정 팔경(鳳亭 八景)
①후원녹죽(後園綠竹):후원에 늘어선 푸른 대나무들
②전당홍련(前塘紅蓮):전당(휘당의 연당)에 피어 있는 홍련의 모습
③문현조양(門峴朝陽):문고개에 떠오르는 아침해의 모습
④작자청람:까차불에 피어 오르는 맑은 아지랑이
⑤운곡모침(雲谷暮砧):운곡 마을에 울려 퍼지는 저녁 다듬이 방망이 소리
⑥송산석조(松山夕照):송산에 걸린 지는 해의 모습
⑦홰동초가:홰동(햇골마을)에 울려 퍼지는 나무꾼들의 노래 소리
⑧ 구호명월(龜湖明月):구호에 뜬 밝은 달의 모습
>> 현재-전통과 현재가 어우러진 새농어촌건설 운동
봉정마을 주민들은 2006년부터 새농어촌건설 운동을 적극 추진, 살기 좋은 마을을 만들기 위해 두팔을 걷어 붙이고 나섰다.
마을 지도자들을 주축으로 새농어촌건설 운동 추진 위원회를 구성해 위원장에 마을 통장을 당연직으로 하고 위원회 산하에 정신과 소득 환경분야 등 3개 분과를 두어 조직적이고 체계적인 활약상을 벌여 나가고 있다.
정신 분과위는 마을 주민들의 의식개혁을 위해 인근의 대학교 교수 등을 초빙하여 주기적인 교육을 실시하고 있으며 지난 2월에는 새농어촌건설 운동 자율실천 결의대회를 마을회관에서 성대하게 개최, 이웃간 화합과 단결을 다졌다.
새농어촌 건설 화합 단결과 농촌체험 관광 마을 육성 마을경관 생활 환경 개선 등을 3대 핵심 실천과제로 선정, 집집마다 현판을 부착하는 등 마을 주민들의 정신 개혁을 위한 구심점을 마련했다.
또 올해 시로부터 디지털 공부방 설치 사업 대상으로 선정돼 마을회관에 컴퓨터 및 초고속 인터넷 등을 설치, 주민들의 농업 신기술 지식 습득을 위한 인프라 구축에 나서기로 했다.
최종석(67) 정신분과위원장은 “디지털 공부방 설치로 농촌정보화 기반을 조성, 최신 정보의 신속한 습득이 가능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김영주 강원도립무용단장의 지도로 개발해낸 마을춤은 전국적인 유명세를 타게돼 지난 4월엔 경기도 가평군 농업인 80명이 선진지 견학을 다녀 가기도 했다.
노인회 총무인 김창남(68)씨는 “봉정 동네 마을춤 개발은 큰 상 수상 등으로 기쁨이 클 뿐더러 마을 주민 전체가 일치단결하는 계기가 됐다”고 했다.손순녀(65)씨는 지난 50여년간 삼베짜기를 계속, 향토 특산품으로 손질해내는 외길 인생을 살고있다.
박동영씨(74)는 “삼째기와 바래기, 삼삼기 등 삼베 제작 과정이 복잡한데다 힘들기도 해 이를 계승해보려는 젊은이들이 없다”며 안타까워했다.
소득 분과위는 마을 주민들의 소득 증대와 복지 향상을 위한 마을 발전 중장기 계획을 수립, 친환경농업 실천과 농촌체험관광 테마마을조성 농산물 직거래 판매를 핵심 과제로 실천하고있다.
소비자와 농업인이 함께 살아갈 수 있도록 백맹갑(58) 위원장을 비롯한 소득분과 위원들은 친환경농업인 쌀겨농법에 앞장, 국립농산물 품질관리원으로부터 친환경 농산물 인증을 받았다.
전자상거래로 소비자에게 고품질 우수 농산물을 저렴한 가격에 판매할 수 있도록 현재 홈페이지 제작중이기도 하다.
방증근(50)씨는 “전자상거래 시스템을 구축할 경우 유통 비가 절감, 소비자들에게 신선하고 값싼 농산물을 택배로 공급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유치원생 전통가옥 체험과 곰 사육 관광농원 학이 있는 정원 단봉손맛 낚시터 마을춤 정기 공연 농작물 수확체험 주말농장 등산체험 술 담그기 메주 만들기 손두부 만들기 서낭당 소원빌기 장작 패기 모닥불 피우기 죽제품 만들기 짚신 만들기 대통밥 짓기 등 농촌관광 체험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
환경 분과위원들은 마을 자연 정화 활동을 매달 실시, 마을 안길 꽃길 가꾸기와 가정내 화단 조성 등으로 마을안에 일년내내 꽃향기가 넘실대도록 하고 있다.
조영자(55) 환경 분과위원장은 “주민들이 마을 자연 정화 활동에 앞다퉈 참여, 일하기가 수월하다”고 했다.
홍은숙(57) 마을 부녀회장은 “올해는 가정마다 택호 달기와 마을 안길 솟대 설치 등 참살기 좋은 마을 가꾸기 사업으로 동네가 한층 더 산뜻한 공간으로 탈바꿈될 것”이라고 했다.
>> 미래 - 신바람나고 신명나는 농촌체험관광 테마마을
김영래(74) 노인회장은 “봉정 마을에서 태어나 평생 고향에서 살았지만 근래처럼 활기가 넘친 때는 드물었다”며 “미래가 밝아 보이니까 동네 사람들이 모두 신바람이 나 있는 상태”라고 했다.
김 회장의 얘기대로 봉정마을의 미래는 아주 밝아 보인다.
전업 양봉가인 남기우(53)씨는 “꽃을 찾아 매년 세차례씩 전국을 돌고있지만 봉종마을 만큼 아늑하고 살기 좋은 마을을 본 적이 없다”고 했다.
최지열씨(66) 새농어촌 건설운동 추진위원장은 “봉정 마을은 수려한 자연환경과 맑고 깨끗한 하천 넓고 푸른 바다 그리고 넉넉한 인심 등 장점으로 작용, 지역의 미래는 매우 밝을 것”이라고 했다.
최위원장 등은 무릉계곡과 추암 촛대바위 등 관광명소와 인접해 있는 지리적 이점을 십분발휘, 봉정마을을 새로운 삶의 에너지를 충전시킬 수 있는 안식처로 가꿔나가고있다.
이같은 계획의 일환으로 마을 소공원과 봉정 실개천 주변에 벚꽃 공원을 조성한뒤 경관 작물을 파종, 매년 5월께 유채축제 등을 개최하는 방안도 검토중이다.
봉정마을 주민들은 단순한 영세 경종 농업에서 탈피, 주민 모두가 잘사는 마을을 만들어 가기 위해 밤낮을 가리지 않고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출처:강원일보 [新 강원기행] 장성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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